'장례'를 '기억'으로 바꾼 단어 하나 — 펫포레스트 리브랜딩
반려동물 장례는 슬픔의 절차로 다뤄지기 쉽습니다. 펫포레스트는 그 통념을 뒤집어 '함께한 기억'을 브랜드의 한가운데 두었어요. 'Everlasting Memories'라는 본질에서 시작해 플랫폼·스토리·디자인 시스템, 그리고 웹사이트의 언어까지 다시 세운 리브랜딩의 기록입니다.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한없는 행복이 차오르던 4160일의 시간." 펫포레스트의 브랜드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4160일, 그러니까 11년 남짓. 한 마리의 반려동물과 보낸 시간을 날짜로 세어본 문장이죠.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일은 보통 '장례'라는 절차로 다뤄집니다. 슬픔과 의전, 화장과 봉안의 순서로요. 그런데 정말 보호자가 원하는 게 절차를 잘 치르는 일일까요? 2021년 겨울, 포스트오피스는 임직원 인터뷰와 마켓 리서치에서 출발해 펫포레스트의 브랜드 본질을 다시 묻기 시작했습니다.
단어 하나를 바꾸자 브랜드가 달라졌다
첫 결론은 의외로 단어 하나에서 나왔어요. '장례'가 아니라 '기억'. 같은 일을 두고도 두 단어가 가리키는 자리는 전혀 다릅니다. 장례는 슬픔을 잘 치러내는 절차의 언어, 기억은 함께한 시간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마음의 언어죠. 펫포레스트의 본질을 'Everlasting Memories', 곧 함께한 순간을 영원히 기억한다는 약속으로 정리한 겁니다. 절차를 치르는 곳이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곳. 그렇게 '기억의 숲(Pet Forest)'이라는 메타포가 브랜드의 뿌리가 됐습니다.
수사적 말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한 송이 한 송이 진심 어린 마음이 모여 나무가 되고, 그 나무가 울창한 숲이 된다는 이야기. 떠난 자리에 있던 것만으로도 행복이 차오르던 시간을, 펫포레스트는 '숲'이라는 공간으로 옮겨 담았죠.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한없는 행복이 차오르던 4160일의 시간. — 펫포레스트 브랜드 스토리
본질을 가치와 관점으로 펼치다
본질을 정했으면, 그걸 펼칠 구조가 필요합니다. 펫포레스트는 다섯 개의 브랜드 가치 — 진심(Sincere)·배려(Considerate)·신뢰(Trustworthy)·책임(Responsible)을 중심으로 — 를 세우고, 이를 보호자·반려동물·사회문화라는 세 관점에 나눠 배치했어요. 예를 들어 사회문화 관점의 책임(Responsible)은 '약자 없이 공존하는 사회'라는 메시지로 이어집니다. 한 사람의 슬픔을 다루는 일에서 멈추지 않고, 반려문화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이죠.

숲을 디자인으로 옮기면
브랜드 플랫폼 위에 디자인 시스템이 올라갑니다. 로고는 기억의 숲을 상징하는 아치형 라인과 'Pet Forest' 워드마크로 이뤄져요. 아치는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이자, 떠난 곳을 감싸는 품 같은 형태입니다. 컬러는 깊은 숲을 담은 Pet Forest Green(Pantone 7728 U, #093317)과 따뜻한 Pet Forest Beige(Pantone 9225 C, #FFF8E6). 슬픔을 차갑게 두지 않으려고, 차분하면서도 온기가 도는 톤으로 받쳤습니다.


아치 모티프는 어플리케이션으로도 번졌습니다. 명함은 상단을 아치를 따라 곡선으로 깎고, 그린과 베이지를 양면에 나눠 담았어요. 브랜드 브로슈어에는 서비스 가이드와 브랜드 스토리, 히스토리, 시설 안내를 내지로 정리했고요. 보호자가 펫포레스트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기억의 숲'의 톤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웹의 문제는 디자인이 아니라 언어였다
리브랜딩의 끝에서 기존 웹사이트를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진단의 결론은 디자인이 아니라 언어였어요.
고쳐야 할 건 화면이 아니라, 공급자의 말을 보호자의 말로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공급자 중심의 모호한 말, 들쭉날쭉한 비주얼이 정작 위로가 필요한 보호자에게 가닿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웹사이트 리뉴얼을 단순한 화면 개편이 아니라 UX·비주얼 아이덴티티·버벌 브랜딩(Tone of Voice)을 축으로 한 작업으로 제안했습니다. 29CM·SKT·토스처럼 자기만의 어조를 가진 브랜드를 참고해, '말의 결'을 따로 떼어 하나의 작업축으로 끌어올린 거죠.
브랜드 본질을 화면의 첫 문장까지 일관되게 내려보내려는 시도였습니다. 보호자가 가장 약해진 순간에 만나는 언어가, 펫포레스트가 약속한 '기억'의 톤과 같아야 하니까요.
절차가 아니라, 함께한 시간
반려동물 장례 브랜드의 일은 슬픔을 관리하는 데서 멈추기 쉽습니다. 펫포레스트의 리브랜딩이 보여준 건, 카테고리의 통념을 한 번 뒤집는 것만으로 브랜드가 건네야 할 것이 달라진다는 사실이에요. 펫포레스트가 건네는 것은 장례라는 절차가 아니라, 함께한 시간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기억의 숲'. 본질을 단어 하나로 바꾸자, 플랫폼도 스토리도 디자인도 언어도 같은 뿌리에서 다시 자라났습니다.
이 글의 핵심
- 카테고리의 통념을 뒤집으면 본질이 보입니다. '장례=절차/슬픔' 대신 '기억(記憶)'을 중심에 두는 순간, 브랜드가 새로 정의됐어요.
- 브랜드 에센스(Everlasting Memories)를 먼저 고정하니, 가치도 관점도 디자인도 같은 뿌리에서 일관되게 펼쳐졌습니다.
- 웹사이트의 진짜 문제는 디자인이 아니라 '언어'일 수 있습니다. 공급자의 말을 보호자의 말로 바꾸는 일이 리뉴얼의 핵심이었죠.
관련 프로젝트 — Pet Forest
Pet Forest Brand (Pet Forest (펫포레스트) · 2021–2022) — 이 아티클의 작업 과정과 결과물을 포트폴리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