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합니다, 그리고 이어갑니다 — 상조가 라이프 케어가 되는 법
29년 B2B 장례·상조 1위 기업 현진시닝이 처음으로 일반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제안받은 B2C 브랜드 '그리고라이프'. '죽음'에 머무는 상조가 아니라 '삶을 돌보고 이어주는' 라이프 케어로 카테고리를 옮긴 브랜드 개발기.

"무슨무슨 상조회삽니다, 하면 거부감부터 들어요." 현장 장례지도사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같은 사람이 "어디어디 장례지원단입니다"라고 소개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하는 일은 똑같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을까?
현진시닝은 29년간 1,500여 대기업의 의전과 국가장·사회장을 치러낸 B2B 장례·상조의 1위 기업이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회사이기도 했다. 2025년, 포스트오피스는 이 회사가 처음으로 개인 고객을 만나기 위한 B2C 브랜드를 제안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거부감과 신뢰 사이 — 진단에서 길어 올린 한 문장
출발점은 임직원 108명 서베이와 현장 장례지도사 FGI였다. 거기서 한 가지 사실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 상조라고 소개하면 거부감부터 들고, 대기업이 선택한 장례서비스라고 하면 신뢰부터 든다는 것.
무슨무슨 상조회삽니다 하면 거부감부터… '어디어디 장례지원단입니다'라고 소개하죠. — 장례지도사 FGI 중
이 한 마디가 브랜드의 방향을 정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카테고리에 서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상조라고 말하면 '죽음을 미리 파는 일'로 읽히고, 장례서비스라고 말하면 '대기업이 검증한 의전'으로 읽힌다 — 하는 일은 같은데, 서 있는 자리가 다르다. 그래서 제안의 핵심은 '상조'라는 카테고리에서 '검증된 장례서비스'로, 나아가 '삶을 돌보는 브랜드'로 자리를 옮기는 카테고리 전환(Category Shift)이 됐다.
독립 브랜드로 — 신뢰를 지키는 분리
또 하나의 중요한 결정은 새 브랜드를 기업 브랜드와 연결하지 않는 독립 브랜드로 두는 것이었다. 진단 결과, 신규 B2C 브랜드가 시장에서 미진할 경우 신뢰가 생명인 B2B 본업에 역으로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그리고라이프는 현진시닝의 자산을 등에 업되, 브랜드로서는 홀로 서도록 설계됐다.
'그리고' — 그리움에서 연결로
이름은 처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1차 네이밍 시나리오였던 '단잠'·'고요'는 "상조에만 묶여 보여 확장성이 우려된다"는 피드백으로 반려됐다. "지금은 상조로 보이되 훗날 라이프 케어로 확장 가능하게"라는 기준으로 다시 네이밍에 들어갔고, 여러 후보 비교 끝에 '그리고(Greego)'가 채택됐다.
'그리고'는 두 겹의 의미를 겹쳐 쥔 이름이다. 떠난 이를 '그리다'라는 감정과 추억, 그리고 삶을 잇는 접속사 '그리고(And)'. 그리움에서 연결로,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을 담았다. 브랜드 스토리의 마스터 메시지는 "그 사람을 그리는 마음, 그리고 이어가는 삶", 이를 직관화한 커뮤니케이션 메시지가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어갑니다"다.


인생을 잇는 안내자
브랜드 철학은 생로병사·관혼상제·희로애락 위에 섰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삶을 더 잘 살게 하는 하나의 문"이라는 에센스에서, 그 문들을 잇는 브랜드로 '그리고'를 정의했다. 단발성 거래가 아니라 장례·추모·이장·생애기록처럼 인생의 사건들을 이어주는 '인생의 안내자'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키컬러는 동행과 신뢰를 담은 블루 계열로 잡았다.

2025의 전략, 2026의 전환
2025년 브랜드 전략·네이밍·VI를 설계한 같은 팀이, 2026년에는 통합 마케팅을 제안으로 이어갔다. 이 제안의 본질은 "신규 브랜드 론칭 홍보"가 아니라 현진시닝이 이미 보유한 연 약 12만 건의 상가(喪家) 접점을 개인 고객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이미 닿아 있는 현장의 신뢰를 B2C 관계로 자산화하는 전략이다. (단, 실제 론칭 시점과 성과는 제안 단계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새 브랜드는 무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이미 있던 것의 이름을 바꿨을 뿐이다.
29년의 신뢰, 연 12만의 접점, 그리고 현장에서 길어 올린 한 마디. 새 브랜드는 무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이미 있던 것의 이름을 바꿨을 뿐이다 — '죽음'이 아니라 '삶을 잇는' 쪽으로.
이 글의 핵심
- 신규 B2C 브랜드가 미진하면 신뢰가 핵심인 B2B에 타격이 갈 수 있다 — 그래서 기업 브랜드와 분리한 독립 브랜드로 설계했다.
- '상조가 아니라 장례서비스입니다'처럼 카테고리를 다시 정의하면, 업계의 부정 프레임을 정면으로 우회할 수 있다.
- 현장 인터뷰의 한 마디(소개할 때 거부감)가 네이밍과 포지셔닝 전체의 출발점이 됐다.
관련 프로젝트 — Greego Life
Greego Life B2C Brand (Hyunjin Seening · 2025–2026) — 이 아티클의 작업 과정과 결과물을 포트폴리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